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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형가"라는 인물에 대해 듣게 될 것이다. 형가는 진시황을 암살하려고 한 자객으로 사마천이 쓴 사기의 "자객열전"에 기록돼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영화 "영웅"에서 이연걸이 연기한 형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뿐만아니라 여러 문헌에서도 형가는 정의로운 자객으로 폭군인 진시황을 처단하려고 했던 사람으로 묘사된다.

 

물론 연나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형가는 안중근의사와 같은 분이니 말이다. 적국의 원수를 죽이기위해 분연히 일어난 조국의 의인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이 형가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형가는 연나라의 태자 "단"에게 전광이라는 자가 자기의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천거한 인물인데 과연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을 맡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형가는 이전까지 전쟁에 참전한 적도 없었고 무예가 뛰어나 그 이름을 사해에 떨친 적도 없었으며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시장 저자거리에서 술이나 퍼먹고 노래나 부르면서 그야말로 "방약무인"하던 인물이었다. (방약무인이 형가때문에 생겨난 고사성어란 말이 있다.)그런데 왜 이런 인물을 진나라의 왕을 암살하는 일에 추천한 것일까?

 

그야말로 나라의 운명이 걸린 일이 아닌가. 결국 진왕의 암살이 실패하면서 연나라가 멸망한 것은 물론이고 연나라의 왕이 진나라가 쳐들어왔을때 진왕 영정의 진노를 달래기 위해 암살을 주도했던 자기 아들이자 나라의 태자인 "단"의 목을 잘라 진왕에게 보내려고까지 한 것만 보아도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영웅"에서의 이연걸처럼 무예가 뛰어난 인물이었다거나 훈련을 따로 시켰다거나 했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형가는 결국 진왕을 바로 앞에서도 칼로 찌르지 못했다. 도망가는 진왕을 쫓아 몇번의 기회가 더 있었지만 피하는 진왕을 결국 칼로 찌르지 못했다. 찌르기는 커녕 진왕의 칼에 8군데나 베여 죽게된다.

 

둘중의 하나 아닌가. 형가가 무술 실력이 형편 없었거나. 진왕이 무예가 출중했거나. 하지만 자객열전에 보면 진왕이 칼집에 들어 있던 칼을 한번에 뽑지 못하고 도망 다닌 것을 보면 그도 그렇게 무예가 출중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칼에는 독이 묻혀져 있었기때문에 살짝만 상처를 냈어도 진왕은 죽었을  것이다. 자객열전에 보면 이 독이 효과가 있는지 사람에게 실험을 했더니 즉사 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서운 독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런 실험을 한 사람이 더 무서운 건가.

 

형가가 죽어가면서 했던 말이 내가 너(진왕)를 죽이려던 것이 아니고 그저 겁을 줘서 땅을 얻으려고 했다는 말을 했다니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이 말은 태자 단이 형가에게 했던 말이다.)

 

형가 스스로는 호기롭게 죽기를 바라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단의 입장에서는 정말 그런 능력이 있는지 심사숙고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연습이라도 좀 시키던가.

 

그때문에 결국 자기는 아버지에게 목이 잘렸고 나라는 망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단"이라는 인물은 어릴때 조나라에 볼모로 가 있었는데 이때 진나라에서 볼모로 와 있던 진왕 영정과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영정이 왕이 되자 단은 진나라에 볼모로 가게 되는데 아무래도 어릴때 친했으니 남다른 대접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원하는 만큼의 대접을 못받아서 그것이 원한이 됐던 것 같다.

 

그의 계획을 처음 얘기했을때 주위에서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렸지만 기어코 밀어 붙여 버린다. 이런 것도 그의 원한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도 결국 진나라에게 점령당하고 험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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